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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No. 6
광대로 최선…인생이 다 줄타기 아닌가요? 2008-09-17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남사당 줄꾼 권원태




"줄타기는 아슬아슬 곡예 하듯이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과 같습니다. 뼈가 부러져 가며 30년 동안 배운 줄타기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저는 '줄꾼'이 될 겁니다."

심혈을 기울여 어느 한 분야 일가를 이룬 사람을 우리는 흔히 장인이라 말한다. 그래서 아무나 장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무려 1230만 명이 관람했던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의 대역으로 출연해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분. 하지만 영화와는 상관없이 이미 그 이전부터 장인의 반열에 올라있는 남사당 줄꾼 권원태. 그와의 인터뷰가 CBS 프로그램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표준FM 98.1MHz 평일 오후 4시 5분)'를 통해 방송됐다.

-눈빛이 형형하시다.

▲"줄을 타다 보면 위험하니까 신경을 많이 씁니다.

실수를 했을 경우에는 몸 어디가 부러질 수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하지요.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짐승한테 해코지도 안 하는데, 특히 날아다니는 짐승은 절대 안 건드리고 먹지도 않습니다."

-10살 때부터 줄을 타셨는데 줄을 타게 된 동기는?

▲"30년 전에는 줄타기 쪽이 낙후되어 있었는데 부모님께서 다 예능 쪽 일을 하셨습니다.

그쪽을 접하기가 쉽다보니까 그렇게 되었습니다. 6, 7살 때 여성국극도 보고 그랬는데 그 느낌이 아직도 몸속에 배어있고, 생각납니다."

-무대에는 몇 살 때부터 섰나요?

▲"시작하고 한 5년 지나서부터 섰으니 15살 즈음일겁니다. 그 전까지는 계속 연습을 했습니다."

-줄에 올라설 때 공포감을 느낄 때는 없나요?

▲"어릴 때는 느끼다가 20대 후반을 넘어서면서 그런게 없었는데 요즘은 알면 알수록 더 무섭습니다, 줄이."

-요령이 있을 것 같은데.

▲"요령이 있다기보다는 몸에 배어있는 거지요. 관객들에게 재담이나 사설을 늘어놓으면서도 줄에 대한 안전도 생각해야 합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편안히 장난치면서 줄을 타는 것 같지만 나는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면서 줄을 탑니다."

-영화 왕의 남자가 뜨면서 온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는데.

▲"감우성씨가 안성 시립 남사당전수관에 오셔서 한 3개월 동안 줄 연습을 했습니다.

줄을 탄다기보다는 줄에 대한 느낌, 올라섰을 때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중심을 잡으려 한다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 였는데 감우성씨 같은 경우는 줄 높이 3미터에 길이 9미터 정도를 걸어갈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영화에서 연산군이 쏜 화살을 피하는 장면은 정말 명장면이더라.

▲"그때 줄 높이가 5미터고 길이가 30미터였는데 올라서보니 줄이 너무 길어 뱅글뱅글 돌더군요. 줄을 타면서도 이 줄은 굉장히 힘들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화살을 피하고 떨어지면서 한손으로 줄을 잡는 장면까지는 내가 실수한 장면입니다. 원래는 화살을 피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는 거였는데 하다 보니까 내가 진짜로 실수해서 떨어진겁니다. 그때 겨드랑이에서 팔까지 다 까졌습니다.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나 메이킹필름을 보면 아마 내가 다친 장면이 나올 겁니다.

그런데 그 장면이 모니터로 보니까 너무 리얼하게 나와서 그 장면 그대로 가기로 한 거지요. 감독님이 NG 없는 배우라고 하더군요(웃음)." -평소 3미터를 타다가 5미터를 타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신 것인데. "처음에는 와이어를 감고 했는데 줄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하니까 자꾸 목에 감겨 사고가 날 것 같아 그냥 없이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 다음에 공연을 해야 하는데 후유증이 있더군요. 또 프랑스 공연을 갔다 와서 이틀 있다 시차적응도 못하고 부랴부랴 가서 촬영을 한 것이기도 해서 여러 모로 아주 기억에 남습니다."

-줄타기가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인상적으로 꽂혔는데.

▲"여러 모로 좋아지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내 색깔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조금 안타깝습니다.

지금 내가 줄을 타면 평생 동안 해온 남사당 줄꾼으로 나오지 않고 '왕의 남자'의 줄꾼으로 나오게 되니까요. 나는 영화 줄타기 전문 배우가 아니라 단지 그 영화에서 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준 것뿐인데 계속 '왕의 남자' 줄꾼이라고 불리니까 좀 창피할 때도 많습니다.

요즘에는 줄에 올라가면 절대 그런 말 하지 말고 그냥 남사당 줄꾼 권원태로 가자고 합니다."

-외국에도 줄 타는 분들이 있나?

▲"서커스도 어떻게 보면 그들의 전통문화입니다.

미국의 경우 서커스 줄타기 문화가 100년이 넘었고 그리스 신화나 그런걸 보면 축제 때 꼭 광대들이 나와서 놀았지 않나요. 우리나라 줄타기도 그들 관점에서 보면 서커스인데 차이점은 우리는 풍자와 해학으로 관객과 노는 마당놀이의 개념이지만 그들은 쇠줄 위에서 하는 기예, 테크닉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줄 위에 올라가서 하는 사설은 누가 가르친 것인지?

▲"과거 문헌 자료를 보면 줄타기할 때 하는 사설 같은 게 나와 있고 풍자와 해학은 그때그때 분위기에 따라 합니다.

예를 들어 바다이야기가 한창 이슈가 되어서 '여행들 다녀오셨습니까?"하고 '산, 강, 바다… 그럼 바다이야기 가셨나?'하면 다들 넘어가는 거지요. 그때그때 이슈나 정치 풍자를 한마디씩 툭툭 하는데, 말하자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말을 하면 관객들이 좋아합니다."

-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나는 놀이기구를 타면 굉장히 어지럽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귀신도 많이 무서워합니다. 공포영화도 못 봅니다.

그런데 높은데 올라가는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희열을 느낍니다. 높은 데 올라가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줄에 올라가면 출렁대고 그런데 왜 놀이기구는 못 타냐고 연구대상이라고 그럽니다."

-줄을 타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2004년도에 동생을 먼저 보냈습니다. 그때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서 공연을 취소할 수도 없으니 그 돈으로 장례비라도 하자 싶어 염하는 것도 못보고 마지막 날 화장만 했지요. 공연가면서 차에서 울고 줄에 올라서는 광대질 하면서 허허 웃고 내려와서 다시 울었습니다.

광대라는 게 이렇습니다. 내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공연이 더 중요하지요." 

-삶에 있어서 줄타기는?

▲"평생 해오면서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고, 앞으로도 해야 되고…. 인생은 다 줄타기 아닌가요. 정치, 사업, 가정생활 모두가 줄타기인데 단지 나는 실제로 몸으로 보여줄 뿐입니다.

또 한 가정의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하는 수많은 직업 중 하나 일뿐입니다. 그래서 줄에 올라서는 순간에는 '나'라는 존재는 없어지고 하나의 줄 타는 광대로서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 식으로 열심히 살고 줄 타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데일리 노컷뉴스 정리=이승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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